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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수묵 풍경화에 빠져든다

[여행] 김천 난함산(卵含山)

기사입력 2018-06-22 오후 4:32: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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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고 뒤선 산능선이 마치 동해바다의 파도가 밀려오는 듯하다. 저 멀리 손에 잡힐 듯 금오산의 유려한 산세를 바라보면 아늑한 수묵 풍경화에 빠져든다. -난함산 정상에서

 

 

 

 

해마다 11일이 되면 우리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바다로 산으로 첫 태양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 태양에 소원을 빌고 돌아오면 한 해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처럼 위안하면서 말이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부산의 중간지점인 추풍령휴게소에서 김천시 어모면 능치 방향에 가장 높은 산이 난함산으로 이곳은 내륙지방에서 가장 환상적인 일출을 볼 수 있는 숨어있는 명소이다.

 

 

 

 

난함산은 김천 어모면과 봉산면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733m의 백두대간 산자락에 위치한다. 알을 품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난함산(卵含山)이라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노라면 마음마저 탁 트이고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아간다. 특히 금오산의 모습이 부처의 얼굴인 듯 보이는데 그 선명한 능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쪽으로는 상주의 평야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동해바다까지 보일 듯 넘실거리는 운해를 볼 수 있고, 붉게 떠오르는 태양까지 마음에 품을 수 있다. 남쪽으로는 금오산의 등줄기가 다 보이고, 서쪽으로는 직지사와 추풍령 저수지가 아득하게 보인다.

 

이렇게 사방을 돌아보노라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명상에 빠져들기도 한다.

 

 

 

 

난함산은 김천시에서 등산로를 잘 다듬어 놓아서 여유롭게 산을 품고, 풀과 대화하기에 아주 좋다. 더구나 이곳은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혹시 아침을 거르고 왔거나 점심을 준비하지 않았더라도 딸기의 계절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산딸기를 하나하나 정성껏 따서 입 속에 넣으니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옛날에는 산을 하나 넘고 개울을 건너다니던 초등학교 시절,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온통 신나는 일이 기다리는 놀이터였다. 개울가에서 개구리도 잡고, 남의 무덤 앞에서 고무줄놀이도 하고, 그러다 배가 고프면 산딸기며 오디며 손과 입을 검게 물들이며 따 먹었다.

 

남은 것은 노란색 도시락에 잔뜩 담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허리춤에 달린 책보(책과 도시락을 넣은 보자기)에서는 도시락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린다. 집에 와서 도시락 뚜껑을 열어 보면 얼마나 흔들렸는지 오디와 산딸기는 쉐이크가 되어 있다.

 

 

 

 

그런 추억을 떠올리며 어른이 되어서 다시 먹는 산딸기는 추억 속의 행복을 끄집어내기에 충분하다. 필히 산딸기의 계절인 지금 난함산을 찾으면 하늘의 기운이 내려와 내 몸에 스며들어 나를 건강하게 만든다.

 

난함산에서 문암봉으로 가는 길에는 싸리꽃 군락지가 있어 만개한 싸리꽃을 볼 수 있었다.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5.7.5의 형식으로 17자로 이루어진 정형시)중에 내가 좋아하는 시가 생각이 났다. 함께 간 일행들에게 낭독을 해 주었다.

 

 

 

 

가다 가다가

쓰러져 죽더라도

싸리꽃 벌판

- 오쿠로 가는 작은 길 중

 

바쇼는 조각구름을 몰아가는 바람결에 이끌려 방랑하고픈 생각이 끊이지 않아...” 그렇게 하이쿠 기행을 떠났다.

 

 

 

 

3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는 문득문득 살랑이는 바람결에도, 어디선가 묻어오는 흙냄새에도 방랑하고픈 마음이 든다. 그럴 때 산속 작은 길로 들어서 보자.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나와 만나게 될 시간을 꿈꾸며...

 

산행이 주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것보다 크다. 초록이 무성한 숲은 눈을 즐겁게 하고, 음악 소리처럼 지저귀는 새소리는 귀를 즐겁게 하며, 야릇하게 다가오는 꽃향기는 코를 즐겁게 한다. 버찌, 산딸기 등 열매는 입을 즐겁게 해 주고, 바람에 실려 오는 피톤치드는 머리와 마음을 맑게 해 준다. 정상을 찍고 내려오면 무언가를 정복했다는 보람도 있다.

 

 

 

 

우리는 원시시대부터 이미 녹색 그리움을 품고 산다. 그래서 자연에서 평안함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이제 가까운 난함산에서 자주 행복을 느껴보자.

 

난함산 산행의 시작은 보통은 추풍령 쪽에서 시작한다. 김천시민은 대부분 교동 코아루 아파트 등산로를 이용하거나 김천시의회 옆 등산로를 이용해서 올라간다.

 

 

 

 

김천시의회에서 출발하게 되면 달봉산까지 40, 구화산까지 1시간, 문암봉까지 2시간, 난함산까지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에디터 : 여행작가 안은미

 

 

 

 

경남인터넷신문 (abcseoul@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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